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생존기_비계공(3)_사고

2024. 1. 5. 11:14직업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로자 한 분이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우리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4층 단부구간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삼성 현장은 안전관리가 엄격합니다. 특히 상부작업 시에는

  1. 반드시 안전고리를 체결하도록 하고
  2. 안전고리를 체결할 수 있는 구조물이 없는 경우에는 생명줄이라는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에 줄을 쳐서 거기에 안전고리를 체결하며,
  3. 생명줄조차도 칠 수 없으면 개인생명줄이라는 끈을 가지고 다니면서 구조물에 걸쳐서 거기에 안전고리를 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고 상부작업을 하다가 안전팀에 적발이 되면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바로 현장에서 퇴출(1 out)입니다. 삼성현장 안전관리규정 중에서 가장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사안입니다.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비계공이 되기 전에 배관일을 할 때 이번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비슷한 곳에서 작업을 한 일이 있습니다. 층고가 높은 층 천정에 배관을 거는 작업이었는데 이미 큰 배관들은 걸려 있고 그 위쪽에 작은 배관들을 설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작업을 위해서는 이미 설치된 큰 배관을 밟고 양쪽으로 길게 설치된 생명줄에 안전고리를 걸고 그것에 의지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자칫 발을 헛디디면 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는 아주 위험한 장소였고 그래서 삼성(원청) 안전감시자들이 작업장 입구에서 지키고 수시로 작업장 안쪽으로 들어와서 안전고리를 체결했는지를 확인하고 페널티를 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 동료 한 명이 안전고리 미체결로 적발되어 출력정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안전 규정을 어기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 데는 멏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안전규정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엄격하고 그 위반에 대한 벌칙도 강력합니다. 이런 강력한 안전규정과 함께 공정에 대한 압박은 여느 작업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안전규정 준수와 공기준수 이 두 가지는 양립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마도 삼성 측에서는 인원을 많이 투입하는 것 같습니다(이것은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정 공간에 일정 인원이 넘으면 그 자체로 작업이 위험해지므로 인원을 무제한으로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고 제한된 인원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자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 안전감시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위험하게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잘못되면 크게 다치거나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치를 보면서 안전 규정을 어기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작업의 편리성 때문입니다.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을 하면 행동에 제약이 많습니다. 몸을 돌릴 때마다 안전고리 줄이 걸리고 빨리 한 걸음 이상만 움직이려 해도 고리 풀고 다시 이동해서 걸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잊어버리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해서 안전고리 체결을 안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동료 작업자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주 조심스럽지만 중요하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팀장이나 회사(하청) 중간관리자등은 절대로 위험 작업을 지시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 작업은 절대 해서는 안되고 안전고리는 무조건 체결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안전고리 체결을 신경 쓰다 보면 서로 손발을 맞추는데 조금씩 어려움이 생기고 이런 것들을 참지 못하는 작업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대놓고 작업을 재촉합니다.

 

실제로 제 작업 동료가 들었던 말을 그대로 써 볼까요

“다른 사람들 작업하는 거 안 보여요?”

“여기는 나이가 많다고 그렇게 작업하면 안 돼요. 너무 느리잖아요.”

 

이런 말을 하면서 꼽을 주고 작업이 느리다고 사람을 세워놓고 무안을 줍니다. 이런 사람은 동료라고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이런 자들은 만만한 사람에게만 이렇습니다. 피지컬이 크고 녹록지 않은 상대에게는 이런 태도를 절대 취하지 못합니다. 정말 비열한 인간들이죠. 이런 인간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동료 작업자가 적이 되는 것입니다. 이후 이런 말을 들은 동료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위험하게 작업을 할 때는 안전감시자가 오는 것을 서로서로 망을 봐주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제가 순간적으로 느낀 것은 ‘아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는데!’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작업을 시작하면 안전고리를 체결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안전장비를 챙기는 과정에서 공정이 늦어지더라도 작업 관리자나 상급자에게 안전장비 챙기고 안전규정 지키면서 작업하겠다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공정이 늦어져서 회사나 팀장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작업자가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을 담보로 작업을 진행해서는 안됩니다.

 

팀장이든 회사(하청) 중간관리자든 팀 동료든 누가 됐든 안전규정 위반을 강요하면 그 팀이나 회사는 떠나야 합니다. 그냥 짐 싸들고 나오세요. 짐 쌀 필요도 없고 그냥 벨트랑 안전모 벗고 나오세요. 그런 인간들은 상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장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위험 상황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에 반드시 안정장비를 잘 갖추어서 사고를 당하지 않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