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3. 09:06ㆍ판례
이번 포스팅에서는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형법 이론 중에서도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따라서 이론을 깊이 알아보기보다는 판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형법은 제30조에서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공동정범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공동정범이란
- 2인 이상이
- 공동하여
-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각각의 행위자는 결과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동등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절도를 예로 들어보면, 망을 본 사람, 실제로 물건을 훔친 사람, 운전 등으로 도피를 도운 사람, 잠긴 문을 부수고 절도를 한다면 범행 도구를 준비한 사람 등등 결과 발생에 관여한 모든 사람을 정범으로 처벌하게 되어 따로 떼어 보았을 때보다 무겁게 처벌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한다는 것은 각각의 과실이 모여서 하나의 무거운 결과를 낳았으므로 그 무거운 결과로 관여자 모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판례는 행위공동설의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합니다만, 약간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 성수대교 붕괴사건(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 640)에서는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의 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공무원들의 철저한 제작 시공상의 감독 및 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유지 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 각 단계에서의 과실 그것만으로 붕괴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위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전혀 과실이 없다거나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교량 붕괴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붕괴에 대한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하여 건설업자와 감독 공무원들의 과실범의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 1231)에 관한 판결에서도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건축 계획의 수립, 건축 설계, 건축 공사 공정, 건물 완공 후의 유지 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있다고 보아 각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였습니다.
- 2018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 13528)에서도, 두 가지 이상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결과 발생에 대해 피고인들 및 홈플러스 관련자들, 롯데마트 관련자들이 공동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하여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였습니다.
- 반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관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해운회사 대표와 임직원은 세월호의 선장 및 선원들과 공동정범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이런 상황에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면 일부 단계에만 관여한 사람들이 전체적인 결과에 책임을 지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각각의 책임을 따로 물어야 한다고 하여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데 엄격한 모습을 보입니다.
지금 과실범의 공동정범 문제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참사가 발생했고 그 원인 된 행위를 특정하기 힘들 때 그에 관련된 행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보도에 의하면,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등 현장 대응 기관들에 대해 우선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 적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태도는 현장 대응 기관 관련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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