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정 _ 화재감시자(3) _ 삼성전자(반도체)_노가다

2022. 4. 15. 15:01직업

업무가 아주 쉽다.
겉에서 보기에는 아주 쉬워 보입니다. 실제로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없습니다.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없습니다. 있다면 장시가 서 있는 것 정도이고,, 심지어 기술인(삼성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기술인이라고 부릅니다)의 작업을 절대로 도와주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정말 피곤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상황은 기술인들과의 충돌입니다. 기술인들은 화재감시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화재감시자는 작업을 하지도 않으면서 잔소리나 하는 사람들인 것이어서 화재감시자의 지시사항이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 반도체 현장의 안전 관련 규정들이 빡빡하고 융통성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이 규정들이 지나친 면은 있으나 불합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지나치게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지난 세월동안 많은 대형사고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시하는 화재감시자들에 대해서 기술인들이 무시하거나 한술 더 떠서 적대감을 표출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화재감시자가 규정대로 현장에 임하면, 100%의 확률로 기술인들이 반발합니다. 그러면 화재감시자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작업중지권이라고 해서 작업을 중지시키고 상급 관리자를 부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문제는 모든 작업장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해당 화재감시자는 배치되는 작업장마다 작업을 중지시키는 상황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즐길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상급 관리자나 도급 회사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화재감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상급 관리자를 불렀을 때, 해당 화재감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규정에 맞는 것이라면, 작업을 중지시키고 최소한 그날의 작업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기술인들이 화재감시자의 말을 중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본 바로는 화재감시자를 다른 작업장으로 재배치시키고 해당 작업은 그대로 진행을 시킴으로써 기술인들에게 화재감시자의 지시는 별것 아니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화재감시자는 작업중지권 행사를 꺼리게 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인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신경전이 상당한 스트레스이고 생각보다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